공포에 대한 재 해석 영화 <파묘> 줄거리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공포영화의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포를 증폭시키는 영화, 또 하나는 공포를 해소시키는 공포영화다. 공포를 증폭시키는 공포영화는 무서운 순간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을 공포스러운 상황이나 존재 앞에 몰아넣고 마지막까지도 그 공포의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해소되지 않은 공포가 관객에게 남아서, '내 일상에서도 저런 공포가 닥치게 된다면 어떡해야 할까' 생각하며 더욱더 증폭된 공포를 현실로까지 가져오게 됩니다. 반면에 공포를 해소시키는 공포 영화는 똑같이 무서운 순간들을 만들어내더라도 결국 그 공포의 정체를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여 살면서 누구나 가질 법한 공포를 이해 가능한 수준의 것으로 끌어내려서 현실 속에서도 그 공포를 마주할만한 용기를 줍니다. 그러니까 공포를 증폭시키는 영화는 극복이 불가능한 '재난'과도 같은 공포를 제시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극복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고난'과도 같은 공포를 제시하는 것이다. 내가 봤던 <파묘>도 후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설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각각의 직업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경문을 외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로 나뉘게 됩니다. 일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한탄하고 있던 두 장의사에게 너무 반갑게도 돈이 될만한 일을 가지고 오는 두 무당. 하지만 관도 열지 않은 채로 화장을 해달라는 의뢰인의 말은 너무나 수상하기만 합니다. 먼저 묏자리부터 보자며 의뢰인을 데리고 묏자리로 가는 풍수사(김상덕)는 전국에 좋은 땅이라는 땅은 다 알고 있음에도 이런 묏자리는 난생처음 보게 됩니다. 인상 깊게도 묘지의 흙을 맛보며 알아보기도 하는 꽤나 전문적으로 보이는 풍수사로 보였다.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일까? 풍수사는 이일 안 하던 걸로 하자며 만류한다. 무당(김고은)은 왜 해보지도 않고 이 큰 건을 포기하냐며 보채고, 의뢰인은 자신의 어렵게 얻은 아들과 자신이 너무 괴롭다며 도와달라고 하게 된다. 무당(김고은)은 아예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면서 굿과 파묘를 함께 하자며 제안을 했고, 그에 마음이 안 좋던 풍수사는 승낙하게 되며 일은 시작됩니다. 파묘를 시작하고 꽤나 지체 높아 보이는 향나무의 관이 나오게 되고, 관을 열지 않고 화장하기를 원했던 의뢰인이기에 관도 열지 않고 화장터로 가게 되지만, 마치 고인이 화장하지 말라는 것처럼 예보에도 없던 장대비가 오게 됩니다. 비가 올 때 화장을 하게 되면, 고인이 편하게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는 걸 설명하며 무덤에서 꺼낸 관을 뒷돈을 줘서 허름한 장례식장에 맡기게 되지만,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린 법이 없을까? 장의사(유해진)에게 뒷돈을 받은 그 장례식장 담당자가 관의 뚜껑을 열게 되고 그렇게 무언가 나와버린다.
영화 등장인물
영화 <파묘>는 대한민국의 봄, 가을에 묘를 살펴서 손질하는 민간의례 '성묘'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은 납골당이나 선산에 납골화 해서 같이 모셨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도 이산 저산에 흩어져서 묘지에 안장되어 계셨던 걸 기억한다. '시제'라고 해서 명절 되기 전에 묘지를 찾아가 조상님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묘도 살펴서 조상님들 안부를 묻고, 또 앞으로의 자손들에게 안녕을 소원하는 자리를 갖기도 하는 그런 대한민국의 문화 속에 그려지는 영화다. 그래서 조상님이 꿈에 나오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조상님의 묏자리를 살피거나 옮겨서 예를 갖춘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주된 주연들도 넷이나 나온다. 풍수적으로 가장 좋은 땅을 찾는 풍수사 김상덕(최민식)은 극 중 편하게 아이코스를 피며 자신이 생각해도 60점밖에 안 되는 땅을 정말 좋은 땅인 것처럼 설명하며 소개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묘 특성상 남아있는 좋은 땅들은 씨가 말랐다면서 자신도 인정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직업도 곧 없어질 것을 염려하며 외국인과 결혼하는 딸 걱정을 하는 말 그대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초반부의 약간의 사기꾼 모습과는 다르게 풍수학적으로 접근하며 신중하고 대담한 모습도 보여준다. 강력한 할머니 무당을 가지고 있는 영혼을 달래는 무속인 이화림(김고은)은 차분하면서 실리주의적인 성격으로, 나이 차가 꽤 많은 어른들 앞에서도 무당답게 기도 세다. 데리고 다니는 봉길과는 사제지간으로 봉길의 천재적인 신주 능력으로 같이 다니고 있다. 사건의 발단으로 이어지는 의뢰를 받은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도 염했던 대한민국 자타공인 장의사(유해진)는 풍수사 김상덕과 함께 일하는 동업자이다. 지관이자 풍수사 김상덕과 함께 다녀서 그런지 땅도 꽤나 잘 보는 걸로 나온다. 시시 때때로 성경을 외우면서 극 중 관객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질문하며 몰입하게 하는 역할이다. 경문을 외우며 온몸에 태을보신경을 문신한 법사 윤봉길(이도현)은 무속인 이화림과 함께 다니며, 굿판에서 북을 치는 악사이자 경문을 읊는 법사이면서 귀신을 몸에 받는 신주 노릇도 할 수 있다. 영화에서 관에서 나왔던 조상의 영혼을 몸에 담아 그가 나온 목적을 알게 한다.
총평 국내 평가 반응
2024년 2월 22일 개봉한 한국 영화.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등 퇴마, 오컬트 장르를 주로 연출한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출연작이고,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영화 <파묘>의 네이버 평점은 8.34로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나만 느꼈던 게 아니었을까? 영화 중 초반에는 극복할 수 없는 공포영화 즉, '재난'과도 같은 영화였다가 도깨비불, 사무라이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공포를 해소시키는 영화라기도 조금 애매한 형태로 이어졌다. 조상의 악귀와 대면했을 때의 긴장되는 음악과 조명 그리고 각 캐릭터의 표정연기는 정말 점점 영화관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포를 가지고 왔었다. 하지만 의뢰에 따른 해결이 너무 쉽게 돼버리고, 허무했던 결론을 탄식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돈을 위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떤 사명에 휩쓸려 끝났던 묏자리에 다시 돌아와 조사를 하게 된다. 영화 내내 강조되었던 위도와 경도 그리고 좌표들 그것은 풍수지리학적으로 호랑이로 그려지던 한반도의 중요했던 허리 부분. 일제 강점기 때 박혔던 쇠말뚝을 제거하기 위해 마치 그때의 도굴꾼으로 위장한 자결단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때의 최민식 배우님의 연기 속에선 이순신 장군님의 목소리도 들렸던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을까 하고 관람평들을 보았지만 역시나 사무라이 등장 전까지 너무 재밌었다는 평과 중 후반 가면서 아예 다른 영화가 되었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물론 영화 내내 배우의 열연과 감정표현들은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영화 <파묘>에서 장재현 감독이 말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공포를 맞이하고 그 정체를 해부하며 그것을 함께 이겨내 보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